(일주일 전 타지로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
업무가 끝난 차에, 나른한 초저녁 날씨가 마음에 들어 벤치에 앉는다.발 밑에 신문이 굴러다니는 것에 잠시 발끝으로 툭, 밀어 주변을 정리하곤 신문 헤드라인을 살짝 흘겨본다.) 재개발이라.. 이런 화제도 있었나.
(옆에서 새 모이를 던지고 있다가...) 음? 재개발 되는거니? 여기가? 여기 온지 얼마 안되서... (툭 말을 건다.)
듣기로는 그렇군요. 넋놓고 평화롭게 공원에 있을 수 있는것도 업타운의 권력이고요. (아는 사람인 것처럼 얼굴도 보지 않은채 새를 바라보다 빙긋 웃어보인다.) 못보던 얼굴이네요.
뭐, 그렇지. 다들 다운타운은 피하라고 했지만. (같이 마주 보고 웃고는) 이사왔단다. 여기라면 나를 필요로 할 사람이 많아 보여서?
아하하. 이 도시에선 친절도 눈치 보면서 써야 하거든요. 눈에 띄는 건…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 안 가더군요. 그래도 환영해요. 재미있는 곳이죠..
내가 어디가 눈에 띈다고... 적당히 잘 지내고 죽을거니 너무 그러지 마렴. (하하, 호탕하게 웃고는) 배고프니? 뭐라도 사줄까?
아, 노파심에 실례를..(작게 목례하고는 웃는다) 고맙습니다. 식사는 했습니다. 이름이나, 하는 일이라든지.. 상관없으신 건거요?
음...? 그게 무슨 상관이지? (새 모이를 마저 던져주고는) 배가 안고프다니 아쉽네. 가게라도 소개 받을 수 있을까...했는데.
아하하..그럼 저도 상관없는 걸로 해요. 지금은 힘들지만 ..해산물 다이닝을 잘 하는 레스토랑이 하나 생겼더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세요. 사실 요즘은 미들타운이나 다운타운에서도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먹기 힘들더군요.
(본인은 백수니..부드럽게 넘겼다.) 흠...거기도 가게가 있긴 하군요... 진짜 맛있나봐요? 다이닝이라...
보통은 정상적인 위생이 아니라..가급적이면 이 곳에서의 외식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끄덕이고) 예, 드물게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식당이라.. 보안이나, 맛, 위생 ... 모두 훌륭하죠. 방해받지 않는 가운데 조용히 식사할 수 있답니다.
흠,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랫마을은 정말 엉망인가 보구나... 가본적 있니? 길거리 음식이라던가? (어쩐지 붕뜨는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질문도 유치했다.)
격차가 심합니다. 신선한 재료가 없죠..뭐든 산화된, 튀긴음식이 주여서.. 주식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더군요..다른 주에서의 길거리음식과는, 느낌이 다를 겁니다. 궁금하신가요?(겉보기의 부유함과는 다르게, 어쩐지 소박한 호기심에 잠시 의문이 들어, 묻는다.)
그렇구나... 생각 한 것 보다 더 심하네... (턱을 만지다가.) 네가 있다면 조금은 안전하려나? 그럼 그쪽으로 안내해 줄수 있겠니?
음식이라면 여기도 있는데... 간단한 끼니를 원하시는 건가요? (이해가 되지 않는 의문에 고개를 기울이다가 싱긋 웃는다.) 그럼요, 동행해드릴게요. 좋아하는 게 있나요?
여기서 먹는건 익숙해서.. 조금 다른걸 입에 담고 싶어서. 난 뭐든 잘 먹는 단다. 흠...이름은?
사이어스에요. (먼저 발걸음을 하고는 돌아보았다.자신과는 무관한 듯 완전히 타인의 경우를 가정하여.) 다들 그런가 보네요...누구나 익숙해지면 컴포트 존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는 습성이 있죠.
롤랑, 편하게 부르렴. (네 뒤를 따라가고는) 새로운 감각이라... 하긴 어느정도 나이가 차면 새롭지 않으면 늙는거 같거든. 근데... 먹을만 한건 맞지? (이 반응은 다소 인간적이었다.)
아아..얼마나 민감한지 모르겠는데요...특히 맛에 있어선. (맛이라,이것저것 영양성분과 신선도 등을 따져서 섭취할 뿐, 개인적인 입맛에 따라 먹는 편이 아닌 까닭인지. 타인에게 적당한 기준이 어떤지 가늠을 못하겠어 툭 내뱉었다.) 수질이 좋지 않아서, 배탈이 날 수는 있다고 들었어요.
흠...그럼 물은 좀 걸러볼까... (고급스러운 음식을 달고 있던 삶은 아니지만 나이가 나인지라, 조심하는게 좋지.) 좋아하는 음식이 있나?
(딱히. 드문드문 생각나는 호불호타지 않는 음식을 호명한다.본인이 좋아한다기 보다는, 나쁘지 않을 만한 것들.)시카고 피자라든지. 길거리음식이라면 아시안계들이 주로 판매하는 ..반미샌드위치 정도면 , 나름 특색이 있다더군요. 많이들 좋아할 겁니다.
인기가 많은거 말고 내가 좋아하는걸 알고 싶은데...흠... 그럼 피자로 할까? (담백하게 말하고는) 혹시 저 가게야? (간판에 떡하고 적혀있는 피자 그림을 보고)
좋아요. 괜찮을 것 같네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따라간다. 발걸음은 느리지만 주저하지 않는다.)
사실 저는 피자 같은 건… 맛있어서 먹는다기보단,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아도 꽤 먹을 만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거든요.
생각보다 건조한 발상이구나. 흐음... 하긴 이게 맛없기는 힘든 음식이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메뉴를 보고는) 그래도 이렇게 종류가 많으면 고르기 힘들겠어? 뭐 사줄까?
(생각보다 피자 중에서도 호불호는 있는 모양인지. 잠깐 고민하다 말을 잇는다) 허브나, 풀이나.. 올리브가 들어간 류가 좋겠어요. (그러고는 메뉴판을 다시 들여다보자...그런 재료가 들어간 메뉴는 전무하고, 마요네즈,프레스 햄,페페로니 등의 메뉴만 즐비한 것을 확인한다..)
...상당히 무거운 음식들 뿐이구나... 직접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그나마 덜 무거운 페페로니를 시켜서) 피자도 종류가 많네...
(그러니까 왜 굳이 다운타운까지 와서 이걸 먹지..하는 의문이 다시 스쳤지만 곧바로 이전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다시 납득했다. 생각보다 붕 떠오르고, 계획에도 없는 식사였지만 전에 보지 못한 유형이라 은근한 호기심에 자리를 지키며 당신의 행동을 관찰한다.) 요리도 잘 하시나요?
(다운타운을 알려면 식습관 부터...인데 생각보다 더 엉망이디. 새로운 것도 새로운 것이지만...배탈이나 안나면 좋겠네. 같은 붕뜬 생각을 하며) 뭔가 궁금해 보이는 눈 이구나. 요리는 잘 못해...요리사가 따로 있었어서...넌 잘하니?
(굳이 필요성을 못 느껴서인지, 해 볼 생각도 딱히 하진 않았다.고개를 기울이며 웃곤) 아, 보통 그렇죠..뭐, 다도는 합니다만..비슷하지 않을까요. 정량에, 정온에. 레시피와 규칙을 지켜서. 과정과 결과물을 즐길 수 있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겠군요. (살며시 웃었지만 꼭 저와는 상관없다는 투였다.) 아, 나왔네요. (피자가 나오자마자 빠르게 받아와 당신 앞에 내민다.) 재빠르지 않으면 누군가 훔쳐가더라고요.
다도...? 차? 허브티나 홍차는 많이 마시는데... 좀 다른거지? (피자를 받고는... 흠 이런 거라면 누가 가져가도 상관 없을텐데... 일단은 오물거리며 피자를 먹기 시작한다. 음...굉장한 맛이군) 너도 먹어보렴....
감사합니다. (딱히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식욕이 돋지도 않았다. 하지만 예의상, 조용히 한 조각을 들었다. 맛이 없을 리는 없지만, 그저 입에 넣고 천천히 오물거릴 뿐이었다.)
홍차나 허브티도, 넓게 보면 다도에 속할 수는 있죠. 하지만 다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만 말하지는 않아요.
(어조는 여전히 조용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차를 마시는 것. 그리고 그걸 내는 방식, 마주 앉은 사람 사이의 공기까지 포함한 예식이죠. 피자를 먹는 것만으로 취미라고 하진 않잖아요? 요리하고, 대접하고, 그 과정을 다 포함해서… ‘요리가 취미’라고 하듯이. 다도도 그런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난 후, 피자 한 조각을 천천히 삼킨다.
배를 채운다는 개념은 여전히 없었지만, 자신에게 과하게 궁금해하지 않고, 그저 붕 떠 있는 듯한 상대의 태도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단지 음식을 느끼고, 삼키고, 씹는 행위보다도, 잡담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과정까지 식사였지, 싶은 생각도 들고.)
(흠..저도 오물거리지만 역시 맛은 별로다. 이런걸 먹고사나? 싶어서 측은해 지려던 차) 그래? 너는 생각보다 다도라는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나? 나도 어느정돈 동의해 티타임은 차만 마시는 행위보단 상대와 담소를 나눈 것 까지가 중요한 거니까.
(느긋하게 바라보고 식사를 하는건 얼핏 보면 배경과 이질감이 느껴졌다.) 다음엔 우리집에서 티타임을 가지는건 어떨까?
(뭐,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으레 뭐 업타운 사람들은 심심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요. 외람될 수 있긴 하지만...초대받는 쪽이 차 종류를 고를 수 있을까요? 좀 편애하는 잎이 있어서.
아, 그럼,그럼. 내가 원하는 걸로 마시자. 난 그걸로 만족해. (여전히 붕뜬 기분으로 말하고 절반이나 남은 피자를 내려다 본다.) 갈까?
(딱히 남은 피자에 대한 아무 생각도 없는 차에 당신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이 있나? 싶었는데 바로 생각해보니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왠지 저도 모르게 절로 동기화되어 단순해지는 체감이 들어 하하..하곤 웃고 물건가지를 챙겼다.) 가죠.
그래~ (워낙 가진게 많다보면 여러가지로 생각할 필요가 적어진다. 그래서 행동도, 머리속도 점점 단순해져서 자극을 찾는 거겠지. 자리애 일어나 값을 지불하고) 까다로운 아이 입에 맞는 차가 있어야 할텐데. 우리집에 가자.
(이것저것 생각을 눌러놓으니 머릿속에서 좀 꺼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그런데 이사람 따라가도 되는 거 맞나...조금, 너무 자신답지 않게 무방비하고, 멍한 기분이 들어 어쩐지 살짝 기분이 이상했다. 흠...그래도 차는 알싸한 편이 좋겠는데.) 사 갑시다, 생각해 둔 게 있어요.
차를 사는 곳이 어딘지 몰라서. 안내해주면 기쁘겠구나. (담담하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이끈다. 누가보면 고단수의 유괴 방법이라고 하지만..상대는 둘다 어른이니)
(그러고 보니, 꽤 오래 있었다.
보통 이쯤이면 -슬슬 자리를 비켜야 하나?-같은 생각이 들 법한데..
상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음 일정을 엮는다. 흘러가는 기류 속에서, 보호자처럼 따라붙는 느낌이다...그런데 왜? 갑자기? 순간 인식이 전환되며, 묘하게 체기가 올라오는 기분. 묘하게 무르던 최면이 확 깨버렸다.)
아… 안되겠어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죠.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얹혀 있지만, 말끝은 단호했다.)
(발걸음이 멈추고 돌아보며 잠시 말을 고른다.) ...그래? 아쉽다. (솔직하게 말하며 제 마음을 보인다. 거짓이라거나 꾸민 말은 하나도 없었음으로 이 말까지 전부 진실이다.)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요.
천천히 잡죠. 또 보면 되니까요.
(입가에 얹은 웃음은 얇고 매끄럽다. 진심이랄 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정말로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굳이 피할 생각도 없었다. 불편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온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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